R2(습관방) - 자유서평 기록들

<1차> 언컨택트 시대에 고하는 어느 약사의 고백

김수진
2020-05-16
조회수 781

더 많은 연결을 위한 새로운 시대의 진화 코드 <언컨택트>를 읽고


약국 매출은 반 토막이 났다. 코로나 초기 품귀 현상이던 마스크도 그다지 잘 팔리지 않는다. 나름 전문직이라 밥 먹고 사는 데 평생 걱정 없이 살리라 생각했던 약사라는 직업에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코로나19를 지켜보며 ‘곧 괜찮아지겠지’ 걱정만 하다가 어느덧 5월이 되었다. 더이상 미룰 수 없어 뭐라도 해야지 하며 찾아 읽은 책이 <언컨택트>이다.


언컨택트는 비대면, 즉 사람끼리 서로 접촉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이제 세상의 관심은 언컨택트에 집중되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사회적 거리두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김용섭 소장은 언컨택트는 오랜 시간 우리 사회가 발전시켜 온 욕망의 산물이자 새로운 시대를 읽는 가장 중요한 진화 코드라고 정의한다. 단순히 우리의 소비 방식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일하는 방식, 정치와 종교, 연애를 비롯한 우리의 의식주와 사회적 관계 공동체까지도 바꾸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책은 언컨택트가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우리의 욕망과는 어떻게 연관되며 비즈니스에서는 어떤 기회와 위기를 가져다줄지를 다양한 이슈들을 통해서 들여다본다.


이 책을 쓴 김용섭 ‘날카로운 상상력 연구소’ 소장은 최근 한국의 비즈니스 현장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트랜드 분석가이자 경영전략 컨설턴트이며 비즈니스 창의력 연구자이다.


P94.

“코로나19가 펜데믹이 된 것이 누구의 잘못일까? 중국 우한 잘못일까? 중국 정부 잘못일까? 아니면 각국 정부의 잘못일까? 물론 각국 정부의 대처 방식에 대해서도 잘잘못을 따질 수 있고, 각국의 의료 시스템을 따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잘못은 아마 도시화, 세계화, 기후변화가 아닐까? 도시화는 점점 더 빠른 지역사회 감염을 가능케 했고, 기후변화가 초래한 문제가 인수전염병의 확산을 불러왔다. 이들 세 가지는 다 인류의 잘못이다. 개개인의 잘못을 따질 순 없지만 우리 인류가 이런 위험한 사회를 만들어놓은 것이다. 그렇다고 고의는 아니다. 이럴 줄 몰랐다. 도시화, 세계화로 우린 더 잘 살 줄 알았고, 우리의 욕망은 그걸 지지했다. 그리고 우린 문제를 애써 외면했다.”


내가 언컨택트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은 내용이다. 처음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그러게 박쥐를 왜 먹어가지고... 운이 나쁘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언컨택트>를 읽은 후 코로나19는 전 세계 사람들 모두가 함께 해결해가야 하는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인간-동물-환경의 건강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인간의 질병(감염병) 예방을 위해선 동물 생태계 건강도 함께 관리되어야 한다는 원헬스라는 개념을 알게 되었다. 다양한 일상의 이슈를 정치화시키는 생활의 정치화가 중요하다. 작은 행동들이 모두 함께 변화한다면 동물, 환경, 건강을 더 나아지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고기 덜 먹고, 플라스틱 덜 쓰고, 쓰레기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노력들.

p. 135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는 어느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결국 불안과 위험을 해소하면서 컨택트를 하고, 교류를 통한 비즈니스를 이어가기 위해선 언컨택트의 방법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린 컨택트를 버리자는 게 아니라, 컨택트를 지키기 위해 언컨택트를 도구로 쓰자는 것이다.


디지털 디바이드를 논의하기 전에 나는 디지털 문맹에 가깝다. 약국에서 컴퓨터로 서류를 작성하는 일은 전혀 없다.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리는 일도 한 번 없고, SNS는 계정만 있고 남의 글 구경만 한다. 하지만 인터넷 쇼핑은 아주 잘 한다.^^ <언컨택트>를 읽고 정말 위기감이 느껴졌다. ‘컨택트’한 약국에서만 살았던 나는 다가오는 ‘언컨택트’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원격진료가 이루어지면 처방전은 어느 약국으로 가는 것인지, 의약품 자판기가 설치되었을 때 약사의 위상과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접촉 없이 소통하는 관계가 확대될수록 사회와 공동체에서 더 심화 될 수 있는 소외와 양극화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나처럼 컴맹이거나 세상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두려운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글을 쓰고 블로그와 성장판 게시판에 올리는 과정에서 남편과 딸의 입이 떡 벌어진다. ‘그 정도로 컴맹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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